산타 심마니, 소아암 환자
등 매년 산삼 기증
‘산타 심마니’ 박형중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 어린이한방재활센터에서 중증 장애를 겪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산삼을 기증한 뒤 포즈를 취했다. 푸르메재단 제공
“아이들이 신비의 명약 산삼을 먹고 빨리 나았으면 좋겠습니다.”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산타 심마니’가 찾아왔다.
5일 오전 서올 종로구 신교동의 푸르메 어린이한방재활센터. 심마니 생활 25년째인 박형중 씨(54)는 이날 센터에
상자당 350만 원이 넘는 산삼 4상자(15∼20년근 20뿌리)를 기증했다.
박 씨는 25년 전 등산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산삼에 매료돼 9급 공무원까지 그만두고 심마니가 됐다.
그동안 좋은 산삼을 캐 높은 값에 파는 것이 목표인 ‘보통 심마니’였던 그의 인생은 8년 전 우연한 기회에 들른 한 병원
소아암 병동에서 바뀌었다. 그는 “당시 산삼을 팔러 소아암 병동에 갔다가 치료를 위해 머리를 박박 민 어린아이를 보고
산삼을 그냥 주고 돌아왔다”며 “그때부터 캔 산삼의 10%씩을 몸이 아픈 아이들을 위해 무조건 기증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보통 1년에 200뿌리 정도를 캔다는 박 씨는 올해 어린이한방재활센터에만 45뿌리를 기증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산삼직판장에서 소아암 환자는 물론이고 장애아들에게 산삼을 나눠주는 행사를 하면서
‘산타 심마니’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센터 허영진 원장은 “장애아들은 면역력이 약해 인삼이나 산삼이 면역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대부분
저소득층인 데다 후원금도 부족해 먹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날 센터에서 만난 심모 군(6·뇌병변 1급)을 보며
“내가 산삼을 좀 더 빨리 가져왔더라면 병세가 좀 더 좋아졌을 수도 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박 씨는 “하루 12시간씩 산에서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돌아다녀도 겨우 한두 뿌리 캘 수 있는 게 심마니 생활”이라면서도
“하지만 전과 달리 내가 캔 산삼으로 누군가의 병이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산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산에 들어가기 전에 ‘아픈 아이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게 예쁜 산삼이 보이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며
“그래서인지 산에 가면 신기하게도 산삼이 ‘나를 데려가세요’ 하는 것처럼 눈에 쏙 들어온다”며 활짝 웃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